시간의 흐름과 늙어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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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과 늙어감에 대하여

시간이라는 건 너무 쉽게 흩어져가는 가벼움이면서도 한 사람의 세계를 묵직하게 담아내는 무거움이기도 하다. 시간의 모양과 시간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없다. 의도치 않게 세상에 존재하며 누군가는 너무도 짧게 누군가는 길게 스스로의 역사를 시간과 함께 쓰고 사라진다. 시간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살면 긴긴 시간을 다 살아본 후에 허무함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산다고 그 시간이 지난 후에 아쉬움이 없겠는가. 이쯤 되어보니 시간이라는 말은 참 슬픈 단어 같다. 인간이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건 어린 시절에도 알았지만 그런 앎은 막연함 속으로 던져놓고 아직 젊었던 시절의 나는 그 시절이 긴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꾸 망각했던 거다. 

 

존재와 동시에 모든 것은 늙어가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성장을 거쳐 노화하기 시작한다. 성장의 시기에 있을 때는 모를 것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꺾여가는 그 과도기를 지나면 그때서야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지. 하지만 그냥 한 번쯤 생각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둘뿐 생각한다고 해서 답은 없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치고, 바쁘지 않아도 하루 종일 일부러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그냥 아침이 오니 하루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으니 월요일을 시작하고 일 년이 지났으니 새해를 맞는 것이다. 그 일 년이라는 햇수가 나에게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모른 채. 

 

나의 80대, 나의 90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 80대 90대이신 분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그건 당연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을 그렇게나 많이 쌓아오기까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 시간이 되어보지 않고는 나의 80대, 90대가 존재할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궁금하다고 해서 그걸 알고 싶다고 하기엔 확실히 모르는 지금이 행복할지, 나의 80대, 90대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 그 순간이 행복할지 반문해본다.

 

단지 나의 늙어감이 슬픈 일이 아니다. 지금의 세대 위로 또 다른 세대들이 겹쳐진다. 그리고 어김없이 세대는 지나가고 새로운 세대로 교체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나를 기준으로 모든 세대들이 교집합을 이루었던 그 순간인 것 같다. 생성과 소멸을 지켜보며 인간도 어쩔 수 없구나 싶다. 지구 상에서 가장 우월한 생명체라고 자신하면서도 저 숲의 나무들보다도 짧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게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을 거부할 수 없다. 시간이라는 것이 형체가 있다면 잡아보겠는데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공기만큼이나 당연해서 아무렇지 않게 소비해간다. 지금 이렇게 내가 시간의 존재를 알아준다고 해서 시간이 고맙다고 나에게 더 느리고 긴 시간을 선물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상대적일 뿐이다. 물질적인 것들은 최대한 소비하지 않으면 아껴 쓸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아껴 쓰는 일이란 최대한 소비하지 않는 일이 아니라 최대한 열심히 주어진 시간을 무의미하지 않게 보내야 설명될 수 있다. 시간은 소비하지 않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 느리게도 못하지만 더 빠르게 할 수 없다. 이처럼 시간은 물질적인 차원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은 매 순간 일회용이기 때문에 생각 없이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게 시간이지만 그 한정된 단정 속에도 아직은 체념하지 않고 싶다. 죽음을 가까이에 두는 나이가 되었을지라도 하루하루 더 주어지는 시간에 감사할 것이다. 스피노자의 말을 응용하자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아닌 내 개인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의 나는 더 살일이 많이 남은 듯 오늘의 일을 할 것이다. 그래야 늙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나의 존재의 의의를 찾으며 버텨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소크라테스는 죽음은 인간에게 최대의 축복일 수 있는데, 죽음이 인간에게 최대의 불행이라는 것을 마치 안다는 듯이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말하며 이건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무지라고 했다. 이 말이 나에게 그리고 함께 시간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생각을 정리한 글이라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2019/04/07 - [#학습 Log#/주제와 생각] - 도서관 초대석에서 노명우 교수님의 인생극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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